|
지난 8월 16일 UN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그 공식출발을 한 제로레이스의 실질적인 행사는, 전날인 8월 15일 제로레이스 운영의 본거지인 루체른에서 시작되었다. 친환경 전기자동차들의 세계일주라는 타이틀아래 많은 공식후원업체와 공공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실무 운영은 디렉터와 코디네이터 단 2명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제 1회의 행사인 만큼 그 출발부터 모든 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한국팀과 호주팀은 루체른에서의 출발을 위해 이미 긴 여행을 시작한 셈이었고, 유럽의 유난히 변덕스런 날씨와 예상치 못한 현지에서의 작은 이슈들은, 팀 전체 컨디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호주팀은 전혀 예측에 없던 BMS의 문제로 출발 전날까지, 차량정비소에서 침낭을 펴고 밤을 새야 했으며, 갑작스럽게 참가를 결정한 독일팀은 최종 팀미팅 일자까지 개조작업이 진행중인 상황이었다.
공식 출발이전 일정으로, 간단한 프레스 이벤트만을 예상했던 Day 0는 루체른 광장에서의 프레스를 시작으로, Meiringen에서의 폭우속 3시간의 야외 행사 이후 해발 2165미터의 Grimsel Hospiz를 올라가는 퍼레이드까지 빡빡한 일정이었다. 동분서주한 일정과 악천후에서 아름다운 곳이라는 안내만으로 퍼레이드의 선두로 나선, Grimsel pass는 해발 2200여 미터의 유명한 드라이브 난코스로 연간 기후사정에 따라 6월에서 10월까지만 열리는 곳이었다. 당일 바로 전까지도, 폭우로 인해서 도로가 차단되어 행사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미지수였으나 그나마 잦아든 비에 출발을 강행했다.
Grimsel pass의 유명세는 헛된 것이 아니었다. 굽이굽이 코너를 돌아가며 산을 올라가는 제로레이스의 참가차량들과, 지역행사에 함께한 전기자동차들의 행렬은 가히 장관이었다. 공식 행사의 사진 촬영등을 위하여, 전망대를 넘어선 일정구간에서는 써포트 차량을 포함한 비전기자동차의 운행을 임시적으로 차단하기도 하였다.
정상에 위치한 호텔은, 지하 단층의 주차장을 참가차량들의 충전 공간으로 제공했지만, 충전 아울렛이 부족하여 급속충전이 불가능했다. 8월의 평균 낮 온도가 8도인 Grimsel의 밤은 체감온도가 영하에 가까워, 참가팀들이 야외주차장에서 작업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Grimsel Hospiz에서 다음날 아침 공식 행사가 있는 Geneva까지의 거리는 270km를 넘는 구간이었다. 첫 일정에 이미 녹초가 되어버린 팀들은 새벽5시, 6시 출발일정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호주팀은 아직도 차량 점검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기만 한 상태였고, 독일팀도 섣불리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한 주행보다는 트럭이동을 선택했다. 한국팀은 충전기의 설정 오류발생으로 새벽 사이에 충전이 중단되어, 불가피하게 충전을 위한 시간을 벌어야 했다. 전혀 예상이 불가능했던 현지의 기후 조건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일정이었다.
전체 루트가 몇 번이나 변경될 만큼 중요했던 공식 출발일정은 결국 행사 일주일전 유엔의 최종결정으로 바뀌어, 미리 계획된 행사일정과 맞추기 위해서는, 새벽의 낯선 산속 빗길을 돌아가야 했다. 제네바 행사를 참가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해발 2200여미터의 Grimsel을 안정적으로 주행한 첫 일정과 차량의 안전성에 중심을 둔 판단은 어렵고도, 가치 있는 결정이었다.
|
